선(禪)이야기·지묵스님

참 모습은 누구인가/지묵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12. 11. 21:02

 

 

참 모습은 누구인가 

조주 어록 보기 ②


존함 그대로 고불(古佛) 조주(趙州) 종심 스님이시다.

옛부처가 사바에 강림하시어 부처의 참 모습이 어떻다는 것을 보여주신 분이라고나 할까.

뒷날 사람들은 고불 조주스님이 육신을 걸치고 이 땅에 왔다간 사실조차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일찍 참선에 뜻 두고 40년간 스승 모셔
요즘스님 TV와 인터넷 빠지는 것 ‘경책’

 

 

 

                                                                                         <사진> 선방에서 좌선에 든 스님들

참 모습은 무엇인가.

첫째,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그분은 남들이 선지식으로 나서는 6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행각에 나섰고 80세에 청빈(淸貧)을 즐기며 후학을 지도하다가 120세에 열반하셨다. 일찍 참선에 뜻을 두고 정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승 남전(南泉) 스님이 입적하기까지 40년 동안 시봉하는 일을 하였다. 요즘 한번 선방에 들어간 사람은 두 번 다시 어떤 소임도 보지 않으려는 풍토와는 크게 다르다.

물론 교종, 염불종 사찰과는 달리 독립된 선찰(禪刹)에서는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손 하나 까딱 하지 않으려는 요즘 젊은 세대 스님들을 보면 조주스님께 머리가 숙여진다.

초심자라면 오히려 참선에 전력투구하도록 배려를 해주고 이 과정을 넘긴 수좌들은 남을 위해서 대자비심(大慈悲心)이 필요할 것 같다. 무턱대고 일평생 화두 하나에 선방에 틀어 박혀서 지내는 복은 또 무슨 청복(淸福)인가. 대자비심이란 말이 좌선의(坐禪儀) 첫구절에 나와 있는 걸 보면 옛사람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둘째, 동심(童心)이다.

동심에 대한 이야기는 조주 어록 전편에 나온다. 도인의 영아행(兒行)이 참으로 귀하다는 말씀이 전강(田岡) 스님의 법문에 나온다.

“도인의 영아행이 참 어렵지. 이것 같이 어려운 게 다시없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아이가 어른 행세를 하면 조사(早死)하고 어른이 영아행을 하면 장수를 한다.”

드문 일이지만 장수하는 노인의 머리에 검은 머리가 새로 돋고 이가 빠진 자리에 새로 이가 돋아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아이의 육체적인 변화보다는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삼업(三業)이 순수한 모습의 영아행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주스님은 어른티를 내지 않았어도 큰어르신 대접을 받으셨다. 어험, 하고 주위사람에게 위압을 주는 그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셋째, 투철한 구도(求道) 정신이다.

신세대 일부 스님들이 소임자에게 인터넷을 달아달라는 요즘 풍토가 무엇을 말하는가. 단적으로 말해서 구도 정신이 무너졌다. TV와 인터넷이 그런 썩어 빠진 정신으로 몰고 가는데도 소임자는 속수무책이다.

“그런 스님은 몽둥이로 때려 죽여도 살생죄가 안 돼!”

산승이 상좌에게 내뱉은 말이다.

화두니 뭐니 하고 표면상 구도의 길을 가는 듯이 말하나 기실 썩어빠진 상태에서 화두는 무슨 화두인가. 그런 스님을 때려죽일 몽둥이가 되레 아깝다.

조주 어른 스님의 구도 정신은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니 앉으나 서나 옛부처의 길을 가신 조주 스님이시다.

산승의 주위에도 이런 무서운 구도의 길을 가는 스님이 없지 않다. 이런 도반들에게는 대단히 송구스럽다.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