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스님이 스승 남전스님께 여쭈었다. “심불시불(心不是佛, 마음이 부처도 아니고), 지불시도(智不是道, 반야지혜도 도가 아닙니다), 이래도 허물이 있겠습니까?”
남전스님이 말하였다. “있지!”
조주스님이 말하였다. “청컨대, 허물이 어디에 있는지 스님께서는 일러 주십시오.”
남전스님이 앞서 한 말을 그대로 하였다. “심불시불(心不是佛, 마음이 부처도 아니고), 지불시도(智不是道, 반야지혜도 도가 아니다).” 조주스님이 이 말을 듣고 홀연 나가버렸다.
조주스님이 여쭈었다
“심불시불 지불시도
이래도 허물이 있겠습니까”
남전스님 “있지”
조주스님 “어디에 있는지요”
남전스님 “심불시불 지불시도”
강설 /
방 거사의 따님 영조 보살의 일화가 있다. 방거사는 억만장자였다. 헌데 공부를 위해 재산을 모두 깊은 호수 물 속에 빠뜨려 버리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이 미친 사람이 아닌가 하고 말하였다.
“아이고, 그 재산 가지면 남부럽지 않게 살 것인데.” “아까워라, 영조 아버지. 그 재산을 내게 주시구려!”
그러나 단호하였다. “재산이 독이요. 공부에 방해되는 독을 왜 당신에게 주겠소?”
방거사는 한점 후회 없이 재산을 물속에 빠뜨리고는 산속으로 들어가 복조리를 만들어 연명해 나갔다. 아버지 방거사는 복조리를 만들고 따님 영조 보살은 동네에 내다 팔아서 푼돈으로 살아갔다. 청빈을 즐긴 방거사 부녀의 공부 경지를 보여주는 대목. 방거사가 낮에 큰절에 가서 큰스님네와 법담을 나눈 대화를 다음과 같이 전하였다.
옛날 청 화상이란 불화가 스님이 계셨다. 청 화상은 참선도 모르고 염불도 모르고 평생을 법당에 불화만 그리고 살아온 스님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 몸이 피곤하다 싶어 조금 누워 지내다가 그만 불치의 병으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아, 이렇게 가는구나!”
어린 시절에 발심 출가를 한 날을 돌아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꿈에 시커먼 옷을 입은 염라 사자를 보았다. 이제 데려 갈 때가 되었으니 따라오라는 것이다. 청 화상은 공부할 기회를 달라고 두손으로 싹싹 빌었다.
“제발, 제 소원이 있으니 한번만 들어주시오. 이레 동안만 공부를 하게 기다려 주시오.”
염라 사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청 화상이 공덕 지은 것으로 이만 돌아갑니다. 분명히 이레 후라 했겠다!”
잠을 깨어보니 청 화상의 온 몸에는 식은 땀이 배어있었다. 이때였다. 옆방에서 들리는 심상치 않은 소리에 기울려 보았다.
스님들이 법담하는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귀에 들어왔다. “이 말을 외우는 사람에게는 힘이 있어서 염라대왕도 당하지 못한다는구먼! 명명 백초두(明明百草頭, 명명백백한 백천 초목에 ) 명명 조사의(明明祖師意,명명백백한 조사의 뜻 ).”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청 화상은 죽자살자 이 말을 외워 이레를 무사히 넘기고 심신이 멀쩡했음은 물론이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영조 보살이 말하였다. “아니?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큰스님이시랍니까?”
방 거사가 물었다. “그렇다면, 영조가 한 말씀 일러 보시게.”
영조 보살이 앞서 한 말을 천연스럽게 되풀이하였다. “명명 백초두(明明百草頭, 명명백백한 백천 초목에) 명명 조사의(明明祖師意,명명백백한 조사의 뜻 )!”
공부를 한 사람의 말은 앞서 한 말을 그대로 한 것 같지만 비온 뒤 날로 새롭게 피어나는 풀잎처럼 향기롭다.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