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이야기·지묵스님

“어떤 것이 조주화상의 주인공입니까”/지묵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12. 12. 02:46

 

 

“어떤 것이 조주화상의 주인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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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구니가 여쭈었다. “무엇이 출가 사문의 행입니까?”

조주 스님이 이르셨다. “애를 낳지 말지니라.”

비구니가 일렀다. “화상이나 여자와 접촉하지 마세요.”

조주 스님이 이르셨다. “산승이 만약 그대와 접촉한다면 그대는 애를 어찌하지?”

강설 / 바보 비구니가 아니나 역시 한방에 깨지고 만다.

공부를 한다는 비구니는 한 병통에 걸려있다. 시선이 밖으로 나간다. 마음 공부를 한다면서 안으로 거둬들이지 못한다.

그리하여 법문을 듣고도 번뇌의 진흙 속에서 무명(無明)의 씨앗을 싹틔울 수밖에 없다. 밖으로 향한 시각이 U-턴하여 내면을 즉견(卽見)해야 진흙 속에서 연꽃을 꽃피운다.

 

한 스님이 여쭈었다

“어떤 것이 조주화상의 주인공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논밭이나 가는 촌티기야!”



한 스님이 여쭈었다. “어떤 것이 조주 화상의 주인공입니까?”

조주 스님이 이르셨다. “논밭이나 가는 촌티기야!”

강설 / 여기 번뇌를 더하는 말에 속지 말기 바란다. 초기 경전 수타니파타에서는 농사일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마가다국 남산에 있는 한 포기 띠라고 하는 바라문 촌에 계셨다.

그때 밭을 갈고 있던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씨를 뿌리려고 오백 개의 쟁기를 소에 매었다.

부처님은 오전 중에 발우를 들고 가사를 수하시고, 밭을 갈고 있는 바라문 바라드바자에게 가셨다.

때마침 바라문은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바라문은 음식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스승을 보고 말했다.

“사문님, 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에 먹습니다. 당신도 밭을 가십시오. 그리고 씨를 뿌리십시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으시오.”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바라문님, 여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바라문이 시로써 물었다.

“우리는 당신 고타마의 쟁기나 호미, 작대기나 소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라고 하십니까?”

부처님도 시로써 대답하셨다.

“여래는 신심의 씨앗을 뿌립니다, 고행이 비이고, 반야 지혜가 쟁기와 호미이며, 부끄럽다는 생각이 호미의 자루입니다.

그리고 여래는 진실을 김매는 일로 삼고 있습니다.

밭갈이는 이렇게 해서 감로의 열매를 맺습니다.

이런 농사를 지으면 고통과 번뇌에서 풀려납니다.”

이때 밭을 가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커다란 청동 그릇에 우유죽을 가득 담아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말하였다.

“고타마께서는 우유죽을 드십시오. 당신은 진실로 밭을 가는 분입니다. 당신 고타마께서는 감로의 열매를 가져다주는 농사를 짓기 때문입니다. 고타마 씨는 훌륭합니다.”

부처님이 대답하셨다.

“바라문님, 여래는 시를 읊어서 얻은 것은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무위법에 사는 사람들의 법이 아닙니다. 시를 읊어서 얻은 것을, 눈을 뜬 사람들은 받지 않습니다. 바라문님, 법도를 따르는 것이 곧 눈을 뜬 사람들의 생활 태도입니다.

완성을 이룬 사람, 위대한 성자, 번뇌의 더러움을 없애고 나쁜 행위를 소멸한 사람, 이런 여래에게는 다른 음식을 공양하시오.”

“그러면 고타마님, 이 우유죽은 누구에게 올려야 합니까?”

“바라문님, 반야 지혜를 완성한 사람과 그의 제자들 외에는, 아무도 이 우유죽을 소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바라문님, 이 우유죽은 생물이 없는 물속으로 버리도록 하시오.”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