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이 조주스님께 여쭈었다.“왕이 선타바를 부를 때 무엇을 찾는 것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자네, 이 노승은 무엇을 찾는다고 하였지?”
강설 / 정법안장 제74장에서 임금님의 선타바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임금님에게 시종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무척 영리하여 임금님이 선타바 한마디만 하면 곧 알아차렸다.
“선타바!”
시종은 선타바가 갖는 소금, 그릇, 물, 말(馬)의 네가지 뜻 중에서 무슨 말인 줄을 알아차리는 것이 족집게였다.
어른을 잘 모시는 시자는 이렇게 한마디 말끝에 의도를 알아차린다.
지난 날 송광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뒷방 한 노승은 목이 몹시 쉬어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늘 똑 같은 말씀 같이 들린다.
“거거… 저저… 어어…”
그러나 오래 함께 지낸 우리들은 대체로 알았다.
“거거… 저저… 어어…”
이 말씀은 방에 불을 더 뜨겁게 때어달라는 말씀.
“거거… 저저… 어어…”
저 말씀은 방에 불을 더 적게 때어달라는 말씀. 표정과 목소리와 몸짓을 통해 금방 알아차린다.
선타바의 예를 들면, 우리말에 물건 이름으로 배와 같은 이치이다. 배는 세가지 뜻이 있는데 곧 강물에 뜨는 배, 과일 배, 육체의 배 등이 있다.
시종은 언제 어느 때나 소금이고 물이고 무엇이나 임금의 생각에 꼭꼭 맞아 떨어졌다.
임금님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이 도리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빨랐으니 곧 순식간에 깨달음을 얻는 도리와 같은 것이다.
다음은 황벽희운(黃檗希運) 선사의 게송이다.
진로형탈 사비상(塵勞逈脫 事非常) 번뇌를 벗어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네
긴파승두 주일장(緊把繩頭 做一場) 한바탕 밧줄을 잡고 팽팽하게 당기세
불시일번 한철골(不是一番 寒徹骨) 추위가 한 번 뼈 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쟁득매화 박비향(爭得梅花 撲鼻香) 코끝을 찌르는 매화 향기 어찌 얻으랴.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법과 비법이란 무엇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동서남북!”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엇이 현중현(玄中玄)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느니라. “무슨 현중현? 7중7, 8중8이야!”
강설 / 임제종의 삼현문을 살펴본다.
첫째, 체중현(體中玄). 삼세(三世)가 일념(一念)이란 말 등으로 깨우친다. 예를 들면, 번뇌가 반야이다, 중생이 부처이다, 사바가 극락이다, 등등. 교회 명상법에서는 주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주가 계신다는 말로 깨우친다.
둘째, 구중현(句中玄). 화두로써 깨우친다. 체중현처럼 몸 전체를 내보이지 않고 머리꼭지 한 부분만 내보여서 의문을 크게 갖도록 해서 깨우친다.
셋째, 현중현(玄中玄). 고함치는 할과 방망이질 방, 침묵으로만 대하는 양구(良久) 등으로 깨우친다.
구중현보다 가혹하여 무조건하고 사정을 돌보지 않고 방망이로 치며 고함을 버럭 내질러 귀가 멀 정도로 소리친다.
용생용 봉생봉(龍生龍 鳳生鳳). 용이 용 새끼를 낳고 봉황이 봉황 새끼를 낳는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엇이 선타바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아란야 사바하!”
강설 / 선타바와 아란야 사바하는 같은가, 다른가 한번 일러 보시라.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법과 비법이란 무엇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동서 남북!”
학인이 여쭈었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될까요?”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상하 사방!”
강설 / 법과 비법은 일체 모두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남녀노소, 내외 상하 등이다.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