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6-7. 생사 속에 생사가 없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6:53

6-7. 생사 속에 생사가 없다

윗머리를 보면 좇아서 된 바가 없으니, 사람은 좇아서 된 바가 없는 마음이 일어나서 사람이 된다. 또한 사람은 스스로 지음이 없는 자는 좇아서 된 바가 있게 된다. 사람은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얻으니, 좇아서 된 바가 없는 것이다. 생과 사를 마땅히 분별한다고 함은 곧 오음의 분별을 아는 것이요, 또한 마음이 생하고 없어지는 분별을 알면 사람의 마음이 변함 없게 된다. 상이 없음을 알면, 또한 분별이 된다.

해설
사물이 있게 되는 시작과 종말을 알면 그 사물의 현재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이 어디서부터 일어나는가를 헤아려 볼 때, 어디에서 왔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의 마음이나 몸이 시작된 태초를 무명이라고 하고, 무명의 근원을 탐진치라고 하고, 탐진치의 근원을 잘못된 마음이라고 할 뿐, 그 마음의 시원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가 없다. 말이 끊어지고 사리 분별을 넘어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있는 마음이 어디서부터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음은 여전히 일어나며 움직이고 있다.

마음은 스스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면서도 스스로 작용하고 있다. 절대적인 진리의 세계에서는 작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작용하고 있다. 생사의 분별도 이와 같으니, 본래 없는 것을 분별하는 것이므로 분별이 아니면서도 세속적으로는 분별이다. 분별 없는 무분별이 진정한 진리〔眞諦〕의 세계이지만, 또한 그 세계는 바로 분별의 세계인 세속적 진리〔俗諦〕도 된다. 진제와 속제는 서로 떠날 수 없으니, 무분별 속에 분별이 있고 스스로 지음이 없는 가운데 지음이 있다. 이렇게 보면 분별 없이는 무분별의 세계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마땅히 생사를 분별하여 그 참뜻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생사의 분별이란 무엇인가? 생사의 분별이란 색, 수, 상, 행, 식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를 아는 일이다. 이들 다섯 가지를 알면 우리의 마음이 일어나고 없어지는 이치를 알 수 있다. 곧 우리의 마음은 이것과 저것과의 관계에서 일어난다. 주관과 객관에 의해서 마음의 작용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공이다.《반야심경(般若心經)》은 '오온이 모두 공이다.'고 했다. '색은 곧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다.'라며 색뿐만 아니라 수, 상, 행, 식이 모두 그와 같다고 했다. 따라서 오온의 분별을 알면 공을 아는 것이므로, 우리의 마음이 일어나고 없어지는 것을 알면 오온을 분별하여 알게 된다. 오온이 공임을 알면 우리 마음이 생멸의 무상함 속에 영원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무상(無常)이 속제라면 상(常)은 진제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은 찰나마다 생멸을 거듭하면서도 생멸을 떠난 영원으로 이어진다. 상(常) 없다면 무상을 알면 그 무상이 바로 분별인 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뜻에서 '변함 없음을 알면 또한 분별이 된다.'고 했다.

나 자신으로 돌아온 환의 단계에서는 나의 몸과 마음과 호흡이 생멸을 거듭하면서 영원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상 속에 상이 있고, 상이 곧 무상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