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0-11. 다섯 가지 믿음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7:55

10-11. 다섯 가지 믿음

부처님 말씀에 다섯 가지 믿음이 있다. 첫째는 부처가 있고 경이 있다고 믿고, 둘째는 집을 나가 머리를 깎고 도를 구하며, 셋째는 앉아서 도를 행한다. 넷째는 숨을 얻는 것이요, 다섯째는 정의( 定意)로서 생각하는 바가 없음을 공으로 삼되, 생각하지 않는 것을 공으로 삼음을 힐난한다.

해설
붓다는 다섯 가지 믿음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부처가 있다는 사실과 경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요, 둘째는 집을 나가서 머리를 깎고 도를 구하는 승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도를 구하는 수행자, 곧 승려에 대한 믿음이다. 이들 세 가지가 불교 신앙의 대상이 된다. 깨달은 사람과 깨달음이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한 깨달은 이가 깨달은 내용인 법을 써놓은 경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셋째로 '앉아서 도를 행한다.'는 명상을 통해서 도를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다. 진리는 명상을 통해서 깨달아 아는 것이다. 듣거나 생각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통해서 알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우주의 진리는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다. 명상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문화를 창조한 민족이 인도인이다. 석가모니가 출생하기 이전에 이미 이런 문화풍토가 이루어졌으니 바로 우파니샤드(Upanisad) 시대다. 우파니샤드시대는 인간과 세계의 근본은 무엇이며, 또 무엇이 인간의 궁극 목표인가를 명상을 통해서 추구했다. '우파니샤드'는 스승과 제자가 '서로 가까이 앉는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신비스러운 깊은 진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당시의 철인들은 숲속에 앉아서 진리를 탐구했으며 실제 생활에서 이를 실천했다.

'앉아서 도를 행한다.'고 하여 언제나 앉아만 있는다는 뜻은 아니다. 불교의 진리도 명상을 통해서 깨닫게 되므로 불교 수행자는 반드시 선(禪)이라는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앉는 것'이 기본 자세이며 이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앉아서 얻어진 진리는 뛰면서 행해질 수 있다. 불교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뛴다. 

네 번째의 '숨을 얻는 것'도 부처님이 설하신 바요, 도를 구하고 행하는 데에 반드시 믿어야 할 가르침이다. 숨을 얻었다는 것은 숨이 안정되어 자기 자신을 떠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자기 자신이란 자신의 마음과 몸이다. 몸과 마음과 숨이 서로 떠나지 않고 하나가 된 경지이다. 숨을 얻으면 진리를 깨달을 수 있으므로 도를 얻고 행하게 된다. 

다섯 번째는 공을 깨닫고 실천하며 설하는 분이 부처님이시고, 공을 실천하라고 가르치는 종교가 불교이다. 그러므로 공은 불교도의 믿음으로, 먼 곳에 있는 어떤 실체가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다. 마음이 삼매(三昧)에 있으면 공을 얻는다. 흔들이지 않는 지극히 고요한 마음이 삼매이며 정(定)이라고도 한다. 마음이 정에 있으면 생각하는 바가 있되 그 생각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은 생(生)이요, 생각하지 않음은 멸(滅), 곧 사(死)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속에서 생이면서 멸이 실현된다.

생각을 일으키지 않음이 정의(定意)가 아니다. 생각을 일으키면서도 고요하고 흔들리지 않으면 일으키지 않음과 같다. 항상 마음이 고요하고 순일한 가운데 인연에 따라서 생하고 멸하면 공이 실현된다. 그러므로 생각하지 않음은 죽음일 뿐, 공이 아니다. 공은 삶과 죽음이 인연에 따라서 나타나는 세계이다. 우리의 마음도 도에 있으려면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서 생각함이 없어야 한다. 《금강반야바라밀다경(金剛般若波羅蜜多經》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일으키는 것(應無所住而生其心)'이다. 머무는 바가 없음은 집착하지 않음이요, 흔들리지 않음이다.

불교 믿음의 대상은 불(佛), 경(經), 법(法), 구도(求道), 득식(得息), 정의(定意)임을 설하고 있다. 이 중에서 득식과 정의는 수행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조건이다. '아나파나사티' 호흡 명상법이 이 조건을 갖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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