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기 35.
스님께서 또 학인들에게 분부하셨다.
"천지 사이 우주 안에 보배 하나가 산덩이 속에 숨겨졌는데, 신통하게 사
물을 알아보나 안팎이 공적하여 어디에 있는지 찾기란 매우 어렵다. 깊고 깊
으니 다만 자기에게서 구할 일이지 남에게서 빌리지 말라. 빌릴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 모두가 남의 마음이니, 제 성품만 못하다. 성품이 청정하면
이것이 법신이다.
초목에서 나왔도다.
견해가 이와 같다면 머무를 때엔 반드시 벗을 가려서 때때로 듣지 못하던
것을 듣고, 멀리 갈 때엔 반드시 좋은 벗에 의탁하여 자주자주 눈과 귀를 밝
힐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낳은 이는 부모이고, 나를 완성해 주는 이는 벗이
라' 하였다. 선한 이를 가까이하면 마치 안개 속을 다니는 것 같아서 비록
옷이 젖지는 않으나 차츰차츰 눅눅해지고 쑥이 삼(麻)이나 대(竹)속에 나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진다. 흰 모래가 진흙과 함께 있으면 함께
검어지니, 하루 스승이 되면 종신토록 하늘 같이 존중하고, 하루 주인이 되
면 종신토록 아버지같이 존귀하다.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